아청법(약칭:청소년성보호법) 논란의 제2조 5항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 관련

과거에 아청법이 개정되고 난 뒤에 이 부분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 해보고 싶었는데, 이전글에서 비슷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까먹었던게 생각나서 바로 글을 적어 봅니다. 아청법은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줄임말 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보면 공식적인 약칭이 ‘청소년성보호법’으로 되어있습니다.

오늘 다룰 주제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제2조 제5항‘ 입니다. 오래전에 크게 떠들썩 했던 부분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 영향을 미치고있기에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논란의 헌법재판소 판결

해당 법률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가 집중되었던 케이스가 있었죠. 바로 2013헌가17·24, 2013헌바85(병합) 결정 입니다.

이 사건은 “아줌마가 교복입고 나온 영상도 처벌 가능” 이 한마디로 요약이 가능하고 당시 기사 제목들도 이걸로 뽑았습니다.

아저씨는 괜찮죠 판사님

당시 재판부는 이와 같은 말을 남겼어요. “음란물에 등장하는 사람이 성인이나 가상의 인물이더라도 아동·청소년을 성적 대상으로 하는 표현물을 지속적으로 유포·접촉한다면 아동·청소년의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태도를 형성할 수 있어 이런 음란물 배포 등에 대해 중한 형벌로 다스릴 필요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인 / ‘가상의 인물’>도 교복 차림으로 그렇게(?) 하면 안되며, 어린 사람으로 인식되는 외모도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겉만 보고 판단하면 생기는 일

오래전에 SNS 해외 반응올 유명했던 짤 입니다.

아이유가 몸집도 작은데다 동안이라 충분히 오해할수는 있지만 아이유 팬에게 말도 안되는 폭언을 퍼붓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첫 번째 댓글은 웃고 넘길 수 있는데 아래로 내려갈수록 심각한 사람들이 보이죠.

저 사람들의 논리면 어려 보이는 사람은 절대 스타가 될 수 없고, 대중의 사랑을 받아서도 안됩니다. 사랑을 받더라도 여성이나 미성년자만 좋아해야하는거죠. 그리고 대부분 어린 나이에 데뷔하는 K팝 아이돌 팬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되는 것인데 이게 말이 되나요?

아이유의 다른 사진들을 보면 20대 중반 이상은 되어 보입니다. (서양인 시각에서는 그런 모습마저도 어려보이겠지만 걔들 외모 기준이 전세계 기준은 아니니까요.) 그럼 동일 인물을 두고 그날 찍힌 외모에 따라서 유죄와 무죄를 왔다갔다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럼 반대로 서양인이 나오는 동영상의 경우엔 실제 어리다 하더라도 동양인에 비해서는 골격이 더 크고 평균적으로 나이들어 보이는 외모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아청법 제2조 5항의 문제점

1. 모호성

앞서 말씀드린대로 이 정의가 모호하게 해석될 수 있어 법 적용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음란물’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어떤 콘텐츠가 해당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2. 법 적용의 일관성 문제

1번과 이어지는 부분인데, 법률이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다면 그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일관성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이는 법 해석 및 집행 과정에서 판사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비슷한 건을 두고 누군가는 유죄 누군가는 무죄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실제 사회적 분위기에도 영향을 받는 판결들이 나올때 마다 국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쌓여갑니다.

3. 표현의 자유 제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특히 예술 작품이나 문화 콘텐츠가 아청법의 기준에 따라 검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와 소비자들의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4. 실제 피해자 보호에 대한 효과성 의문

아청법의 목적이 아동·청소년을 보호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피해자 보호에 얼마나 효과적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일부에서는 법률이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닐까요. 아줌마나 할머니가 교복을 입고 나와서 무슨 짓을 하든 이게 정말 청소년 보호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교복도 없애버려야 한다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아청법의 모순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가치의 핵심이자 근간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국가들이 왜 표현의 자유를 그렇게 중시하는지는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더 잘 알것입니다.

이 교복 논란이 웃기지도 않은 사람은 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시에 뉴스 기사와 커뮤니티 반응은 폭발적이었으니까요. 사람 뿐 아니라 그림같은 창작물 까지도 “절대 오해받는 행동 하지마라.“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억압입니다.

교복은 학생의 상징이기 때문에 아예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모호성’이 없어져야 한다는 거예요. 왜냐하면 정권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그 기준에 자의적 해석이나 판단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다 양갈래 머리도 하지말라는 법이 나오겠어요.

  • 1970년대에는 ‘미니스커트’가 유행하자 ‘경범죄 처벌법’을 개정해서 맨살이 많이 보이는 옷차림은 ‘처벌 대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2012년 인도네시아 정부는 ‘여성들의 미니스커트’가 ‘성범죄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하며 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가 세계적 이슈가 되었습니다.
  • 1953년에 만들어졌던 ‘정조에 관한 죄’에 대해서도 알아보시면 재미있습니다.(관련 뉴스) 과거에는 강제추행을 당해도 당한 여자측에서 ‘얼마나 저행했나’가 중요했습니다. 이 법이 만들어진지 40년이 지나서야 ‘항거 불능’ 조항이 사라졌어요.

위의 사례를 보여드리는 이유는 법이라는 것이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하는데 여전히 너무 ‘어르신 시대’ 기준과 속도에 맞춰져있다는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입니다. 그리고 ‘원인’을 엉뚱한데서 찾고 그것을 ‘금지’하려고 하는 것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어요.

아청법 자체는 더 강화하는 것도 찬성, 하지만 ‘모호함’으로 쉽게 통제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동 성범죄자 처벌부터 강하게 해라..

진정으로 아동과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고 싶다면 ‘처벌 수위’부터 올려야 합니다. 삐끗 잘못하면 누구나 재판받을 수 있는 이런 법을 만들게 아니라, <아이들 건들면 대한민국에서의 인생은 끝이다.> 수준의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는게 오히려 상식 아닐까요? 이는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명분도 갖출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사기꾼이 판을 치는 이유는 처벌이 그만큼 약하기 때문입니다. 처벌 상한선을 더 높게 만들고 강화해야지, 그물을 최대한 아래로 깔아서 일단 뭔가 모양이 비슷하다 싶으면 무조건 다 걸리게 만들어보자는 식으로 모호한 법을 만드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키운다고 생각합니다.

마무리

법과 처벌은 ‘증거’와 ‘사실’에 입각해야 합니다. “그렇게 보이는 것도 하지마.”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논리라면 성인용품점에 파는 교복 비슷한 옷들도 모두 판매 금지 시켜야 합니다. 용품 중에 어딘지 모르게 학생들이 쓸만한 물건과 닮았다? 이것도 판매 금지 시켜야겠죠.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서도 교복을 입고 놀 수 있습니다. 한 때 놀이공원에 학창 시절 입고 다녔던 교복을 입고 데이트하는게 유행이기도 했었는데, 데이트하다 밤에 숙박 업소에 가게된다면 이들도 경범죄 위반 정도는 될까요?

미국, 유럽 그리고 옆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우리와 같은 법이 없는 국가의 아동, 청소년 대상 성범죄율은 더 높은가요?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 재판관 정도면 법조계에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자리잖아요? ‘핵심’과 ‘본질’에 집중해야지 사회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판결은 많은 시간을 들이고, 다양한 나이층의 전문가들과도 논의를 거쳐서 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잘못된 시스템은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수도 있습니다. [구글 포토 사건]도 한번 읽어보세요. 재미있습니다.

6 Comments

  1. 이거랑 민식이법이랑 비슷한 것 같아요
    둘 다 법 만들다가 브레이크를 너무 늦게 밟은 느낌…
    이러다 2D 교복도 막히겠네요ㅋㅋ

    1. 표현이 적절하네요. 적절하게 멈추고 생각해봐야할 시점에 흐름에 떠밀려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2.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법이 따로 없습니다 개정이 시급한 법률중에 하나이지만 뭐랄까 법 자체가 성역화 된 느낌이라 아무도 건들려고 안하겠죠 바로 성범죄자 옹호하냐고 두둘겨 맞을 테니까요 조잡하기 그지없이 제정된 법이 이리 무섭습니다

    1. Hallow님 말씀이 맞습니다. 단순한 사람들은 “님 아청법 반대?” 이런 논리로 들이댈게 뻔하죠. 이 법 조항이 사람을 잘 못 때릴수도 있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건데도요.

  3. 오 이걸 드디어 다루셨네요. 솔직히 헌법재판소의 해당 결정에 대해서 뭔가가 수긍할수 없고 여러가지 의문점을 남겼다고 봅니다.
    왜 헌법 불합치나 일부 위헌으로 판결하지 않고 해당 법은(아청법 2조 5항)문제 없이 유지되도록 그대로 넘어 가버렸는지 납득 할수 없고 이해 할수도 없어요. 여기서 진짜 이해 할수 없는게 있는데 특히 명확성 원칙 위배(이건 일부 적극 했다면 좋았을텐데)랑 비례성의 원칙 위반 그리고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한 소극 결정인데요. 판결문을 비춰보면 무슨 해당 법이 유신 헌법이라도 되는것 마냥 특별히 취급하거나 그대로 옹호해버리는 태도를 보여버리는게 정말 이해 할수 없었습니다. 아동 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한 제재가 특별히 무조건적 해결책이 될수 있는게 아닌데 말이죠.(물론 아동 청소년 성범죄 문제 되기 때문에 엄정 대응의 필요성은 인정 되긴 하지만)
    이건 저의 개인적 추측입니다만…. 여기서 몰래 재판 거래 같은게 되지 않았나 의혹이 들기도 하고요 (법조계에서 자기내들끼리 짜서 단합하여 몰래 몇몇 헌법 재판관 에게 해당 법 유지되도록 회유 시키는 식으로 말이죠. 만약 요구를 안들어주면 나중에 그 헌법 재판관을 앞으로 법조인으로써 활동하기 순탄치 못하게 한다던지 못살게 굴게 한다던지 말이죠.)

    1. 사실 법이라는게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상식’으로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같은 일반인들이 명확성, 비례성같은 기본 원칙을 이야기할 정도면.. ㅎㅎ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런 모호성을 지닌 법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말이 다시 나올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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